‘친일파를 위한 변명’의 책을 보면 조선왕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비하하고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화류계 출신 오선화가 오버랩 된다. 그 책의 저자가 지난 2003년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게 아니라 한국이 선택한 것이다.’, ‘남경(난징)대학살은 중국이 만들어 낸 것이다.’ 등 울트라(초) 우익적 발언을 일삼아 ‘망언(妄言) 제조기’라고 불리는 이시하라 신타로(석원신태랑石原慎太郎, 1932-) 도쿄 도지사와 대담하면서 나눈 담론을 소개한다.
"이씨조선의 말기는 조선인들에게 그야말로 생지옥과 같은 나날이었다. 일본의 통치에 의해 근대국가로의 행보가 시작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전혀 사실과 정반대로 가르치고 있다. 요컨대 일제시대 이전은 대단히 좋은 시대였으나 일본이 오면서 지옥같은 사회가 만들어졌다고. 그런 교육에는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때 조선총독부가 세워지지 않았다면 현재 한국의 발전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일찌기 나폴레옹이 거느린 프랑스군이 독일에 쳐들어왔을 때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나폴레옹군이 자국의 낡은 관료체제를 타파하고 혁명정신을 전파하는 만큼 독일국민은 오히려 프랑스군과 함께 구체제와 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아시아 진출은 결과적으로 아시아의 근대화에 공헌한 면이 적지 않다. 착취라는 것은 없었고, 근대화의 노우하우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로서 이 지역을 리드하기를 기대한다."
대담중 이시하라는 대한민국을 엿 먹이는 소리를 한다. 일제강점기의 청년시절이라면 몰라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자격으로 이런 담론을 제기했다고 보지 않는다. 사실 일본의 문서를 비롯해 논문이나 자료 등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 아주 정교하게 소설로 가공, 곧 뻥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고상한 학문적 언어로 말하면 포스트구조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 프랑스의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의 용어로 말하면 ‘시뮬라크르’(라틴어 simulacrum; 프랑스어 simulacre), ‘하이퍼리앨리티’(hyper-reality)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쌩구라를 날리는 이시하라의 언설을 그대로 옮겨보자.
“나는 70년대 후반에 후쿠다 전 수상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만났었는데, 박대통령과 그의 각료들은 모두가 술을 마시면서 일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 박대통령은 ‘나는 일본의 조선통치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대통령이 말하기를, 자신은 대단히 가난한 농촌의 자녀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는데 일본인이 와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부모가 처벌받는다고 명령해 학교에 가게 됐다. 그리고 성적이 좋아 일본인 선생이 사범학교에 가라고 권했고, 그 후 군관학교를 거쳐 도쿄의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일본의 교육은 대단히 공평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박대통령의 말이었다. 그의 말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대한제국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데 조국에서 푸대접받다가 일제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고 일제의 침략약탈병탄행위를 찬양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 없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다. 사실 조선황실, 이완용을 비롯해 매국노짓거리를 한 소수자들을 제외하곤 조선백성은 거의 모두 처절한 노예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인 역사관이다. 그런데 위의 담론들은 매우 슬프게 한다.
이것은 또한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면 ‘스톡홀름 증후군’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자.
‘스톡홀름 증후군’은 1973년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 노르말름스토리(Norrmalmstorg)의 크레디트은행(크레디트반켄Kreditbanke)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에서 유래한다. 당시 강도 두 명이 은행을 습격해, 6일간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직원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한다. 그 와중에서 은행 직원들은 강도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해주자, 인질범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들과 친숙하고 묘하게도 정서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 종국엔 은행 직원들은 강도들이 항복하기로 결정하자 경찰의 사살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인간 방패 역할을 수행하면서 은행 강도들을 보호하고, 감옥으로 이송되는 인질범을 향해 충성을 맹세하며 이후에는 이들의 안전과 운명을 걱정하고, 강도들에게서 풀려날 때에 그들과 포옹을 하며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는 이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해 TV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은 큰 충격에 빠진다.
인질극의 수사를 도왔을 뿐 아니라 TV 생중계에서 해설을 맡은 스웨덴의 정신의학자이자 범죄학자(Swedish psychiatrist and criminologist)인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 1921–1988)는 은행 직원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에 대해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이라 부르면서 이러한 명칭이 알려진다.
이런 ‘스톡홀름 증후군’은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다.
부부사이에서 남편이 자주 아내에게 심하게 언어폭력을 가하거나 괴롭히고 학대하며 심한 매질을 해도, 남편이 항상 성적(性的)으로 만족시켜주거나 가끔 자원하여 가사도우미역할도 해주고, 또는 간헐적으로 분에 넘치는 선물을 사주면, 오히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져 남편과의 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사실 남녀 간의 심한 폭력적 행위가 있어도 소수만 헤어지지 대다수는 깊은 사랑의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한제국황실과 이완용을 비롯해 매국노짓거리에 가담한 소수를 제외하곤 조선백성들은 거의 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인데 일제가 식민지 확장 정책을 위해 대한제국의 모든 것을 전쟁수단화하는 동시에 식민지통치의 효율성을 위해 철도건설, 근대화 건물세우기, 근대화교육제도확립(일본화 교육을 통해 조선백성을 이른바 황국신민으로 동화시키기 위해 많은 학교를 설립하였는데 이것은 조선백성을 위함이 아니라 일본인의 식민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임), 전기시설확대, 수도시설설치 등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하며 조선백성을 총동원하여 탄압을 해도, 한참 쫄았던 조선백성들은 자신들을 노예로 다루는 대한제국정부보다 겉으로 드러난 일제의 근대화통치가 낫다고 생각하여, 일제를 자신들과 동일시하고 강한 유대를 형성을 통해 일제의 침략약탈병탄을 이해하며 수용한다.
그 실례 하나만 들어보겠다.
조선에서 제3대 통감재임 시 조일병탄을 강압적으로 완성하고 그 후 1916년 10월 14일까지 초대 조선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사내정의寺內正毅, 1852-1919)는 당시 조선의 토지 소유 제도를 근대화시킨다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토지조사사업을 했는데, 기한 내에 신고 되지 않거나 대대로 소유했으나 증명문서가 없던 많은 토지를 총독부가 몰수하여 동양척식주식회사(東洋拓殖株式會社)에 넘겨 친일파나 일본인 지주들에게 헐값으로 불하하여, 기존의 지주와 소작인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더욱 용이하게 하였다.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생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며 가해자 일제에 대해 강렬하게 저항하는데, 노예의 DNA를 가진 자들에겐 자유와 독립정신이 이미 상실되어 정신적인 퇴행의 유아기 상태로 회귀하고, 아기 때 행했던 방어 수단들을 동원하여 가해자에게 처절할 정도로 굴종하며 충성을 다하면서 가해자 일제에게 극단적으로 의존한다.
일제의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에 세뇌된 대한제국의 소수 지도자들은 일제의 침략약탈식민지화의 군국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대한제국 의군 참모중장 겸 특파 독립대장 안중근(安重根, 1871-1910)의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 1910년 2월 14일 사형을 언도받자, 안 의사는 이를 집필하기 위해 사형집행 날짜를 한 달쯤 늦추도록 연기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원래 집필을 구상했던 ‘서문’, ‘전감’, ‘현상’, ‘복선’, ‘문답’ 가운데 중국 뤼순감옥에서 1910년 2-3월 동안 ‘서문’과 ‘전감1’ 만 작성되었고, 나머지 ‘현상 2’, ‘복선 3’, ‘문답’은 목차만 제시된 미완성의 논책임; ‘뤼순旅順여순’감옥은 최대 2000명까지 수용했던 동아시아 최대의 감옥으로 신채호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투옥했던 곳임)사상으로 오인하여, 일본의 배타적 민족주의, 제국주의적인 군국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열성적으로 선전하는 자가 되며, 가해자 일제는 유아기의 어머니처럼 대한제국을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조선백성을 오도(誤導)한다.
조선백성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들을 일제와 동일시하고 일제에게 의존하며, 가해자 일제에 대한 증오는 없고 오직 감사만 넘칠 뿐이다.
이것을 거창하게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1469-1527)의 ‘군주론’(Ⅱ Principe, 1513)이나 멍쯔(孟子, Mencius, B. C. 372?-B. C. 289?)정치사상에 입각하여 말하면, 인의(仁義)의 덕을 바탕으로 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 royal politics), ‘위민(爲民)정치’를 실시하는 지도자가 자신의 국민에게 서비스를 할 경우 국민은 의당히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반해, 국민을 조지며 수탈하는 패도정치(覇道政治, military government politics)를 구사하는 독재자가 간혹 국민에게 선심정책을 쓰면 국민은 그것을 ‘수혜’라고 여기며 독재자에게 충성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를 ‘대한제국의 근대화의 수혜’라고 떠드는 인간들이 즐비하다. 이것을 입증하려고 뉴라이트역사관에 중독된 노예형인간들은 근대화된 일제는 문명국가이고 대한제국은 망해야 할 나라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뉴라이트역사관은‘누워서 침 뱉기’다.
신약성서는 자유와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선언한다.
“1.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셔서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공동번역. 갈라디아서 5:1)
“32.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개역한글. 요한복음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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