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정의의 나라/철학 이야기

생텍쥐페리(Saint-Exupéry)의 관계철학

아우구스티누스 2011. 7. 3. 20:55

            생텍쥐페리(Saint-Exupéry)의 관계철학

 

 

 

    프랑스 소설가이자 비행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Exupéry 1900-1944)는 ‘남방 우편기’(Courrier Sud, 1929; Southern Mail)에서 주인공인 조종사를 사막에서 죽게 하고, ‘야간비행’(Vol de nuit, 1931; Night Flight)에서는 조종사가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지상 간의 교신이 두절되게 하는데, 이러한 묘사는 자신의 운명을 예언하는 듯하다. 실상 이 두 작품처럼 생텍쥐페리(Saint-Exupéry)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1944년(당시 44세) 7월 31일 P38라이트닝(a P-38 Lightning)을 몰고 지중해 정찰비행 중 행방불명이 된다. 마지막 모습이 신비스러워 그에 대한 명성이 더해 간다.

 

    그는 프랑스 문학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위대한 인물,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 앙드레 말로(Andre Georges Malraux, 1901-1976),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 980),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 등과 함께 가스통 갈리마르(Gaston Gallimard, 1881-1975)와 지드(Gide)가 함께 세운 갈리마르(Gallimard) 대표적인 문학 전문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유럽의 화폐가 유로화(EURO)로 통일되기 전까지(2002) 프랑스에서 유통되던 지폐(50-franc note)엔 그의 초상화와 ‘어린왕자’(Le Petit Prince, 1943, 영어번역 The Little Prince)의 데생이 담겨져 있었음은 물론 시신이 판테옹(Panthéon)에 안치될 정도로 저명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묘사한다. 동료 비행사와의 따뜻한 동료애와 화합의 중요성과 상호적인 책임정신, 조국에 대한 의무와 헌신 등을 다루고 있다. 필자는 ‘어린왕자’(Le Petit Prince, 1943; The Little Prince)를 통해 생텍쥐페리(Saint-Exupéry)의 관계철학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I. 작품 배경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발표한 ‘어린왕자’(Le Petit Prince, 1943)는 1935년 11월 30일 19시 38분간 비행 중 불시착한 리비아의 사하라사막(the Libyan Sahara desert)에서 동료비행사 앙드레 프레보(André Prévot)와 협력하여 살아남은 경험을 근거하여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거기에서 만난 어린왕자와 대화를 통해 철학적 문제를 던진다. 그 내용은 관계 맺으며 함께 시간 보내고 책임지기, 본질의 현상에 대한 우위성 등이다.

 

                                 II. 작가와 어른과의 관계

 

    여섯 살 꼬마 화가인 작가는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슨 그림이냐고 묻는다. 어른들은 모자라고 대답한다. 무섭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작가는 다시 어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구렁이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이는 형태로 그려서 그들에게 보여준다. 그러자 어른들은 한결같이 장난치지 말고, 지리나 역사, 산수, 문법 등을 공부하라고 권면한다. 그 말을 들은 작가는 꿈을 접고 비행사가 되어 전 세계 여러 곳을 누비고 다니지만 동심의 세계를 동경한다.

 

    이것은 어른의 현실 타성적이며 획일적 삶의 자세가 어린이의 순수한 꿈을 짓밟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것은 계산적 합리적 이성적인 좌뇌형의 서구사회 보다 감성적 감각적 창의적인 우뇌형의 동양사회의 우월성을 제시한다.

 

                             III. 어린 왕자와 장미와의 관계

 

    어린왕자는 작은 별 B612에 살고 있다. 그곳에는 3개의 화산(둘은 불이 있는 화산이고 하나는 불이 꺼진 화산), 풀꽃들, 바오밥나무(Baobab Tree)가 있다. 화산이 불을 잘 뿜을 수 있도록 쑤셔 주고, 바오밥나무(Baobab Tree)가 자라려는 것을 막기 위해 뽑아야한다. 왜냐하면 이 나무가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어, 너무 많으면 별이 산산조각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어떤 것과도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쓸쓸하여 하루에 마흔 세 번씩이나 해지는 것을 구경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린왕자는 우연히 날아온 장미씨가 싹을 틔워 장미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어린왕자는 장미의 화려함에 호감을 갖고 밤에 추울까 봐 갓을 씌워줄 정도로 장미에게 잘 해준다. 그런데 어린왕자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화려한 장미 속에 감추어진 가시 같은 까다로운 성격, 곧 강한 자존심, 강한 허영기와 심술궂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를 떠나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이것은 어린왕자의 미숙한 관계형성방법을 보여준다.

 

                  IV. 어린왕자와 다른 별들에서 살고 있는 어른과의 관계

 

    어린 왕자는 어느 날 자기별을 떠나서 다른 별들을 방문한다.

 

    첫 번째 별에는 전제군주가 살고 있는데, 단 한 명의 신하도 거느리지 않고 별을 다스리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명령을 내리는 지도 모른다. 이것은 원시형주나라체제를 지향하는 성리학노예사상처럼 주종관계(主從關係, the relation between master and servant)에 근거하여 군림만 하려고 하는 인간형을 상징한다. 이것은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히브리어 מרטין בובר, 영어 Martin Buber, 1878-1965)의 ‘나와 그것(Ich-Es)의 관계'(I-It relationship)를 의미하기 때문에, 수평적인 인격적인 만남인 ‘나와 너(Ich-Du)의 관계'(The I-Thou relationship)로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 별에는 자기를 칭찬하는 말엔 귀가 번쩍이면서도 타인의 비판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불통’(不通)의 허영심 많은 인간형을 상징한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이란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정신인데,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없는 시대상을 의미한다.

 

    21세기 소통부재시대에 장자(莊子, BC 369-BC 289?)의 ‘소통철학’(疏通哲學, philosophy of communication), 곧‘인지’(認知), 실천(實踐), 변화(變化)의 사상이 부활해야 한다. 이것은 삼성경제연구소의‘莊子로부터 배우는 소통의 지혜’(2010년 3월 25일)를 참조한 것이다. 먼저 상대방과 차이, 곧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상대방의 욕구(Needs)를 고려하여 실천(實踐)하고,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체가 이전과는 다른 주체로 변화(變化), 곧 ‘패러다임전환’(Paradigm shift)이다. 블로그(Blog), 마이크로 블로그(Micro Blog),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위키(WIKI),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확산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직접소통(direct communic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래서 전 GE 회장 잭 웰치 (Jack Welch, 1935-)도 "경영은 소통, 소통, 또 소통"이라고 주장한다.

 

    세 번째 별에는 알콜 중독자가 살고 있는데, 그는 자신이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이것은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허무주의자(虛無主義者, nihilist)를 상징한다.

 

    ‘생의 철학’(生─哲學, philosophy of life)의 시조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인생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태어나지 않는 것이 제일 행복인데, 태어났으니 별도리 없이 빨리 죽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살을 할 것을 권유한다. 그의 '죽음에 이르는 병'(독어 Krankenheit zum Tode, 영어 The Sickness Unto Death)이 한반도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고, 자살률이 세계최고이며, 허무주의(虛無主義, nihilism)왕국으로 불리고 있다. 오스트리아출신의 유태인 빅토르 프랭클(Viktor E. Frankl, 1905-1997) 정신분석학 의사의‘의미에의 의지’(삶의 의미+찾고자 하는 의지, the will to meaning)가 한반도에서 부활하여야 한다.

 

    네 번째 별에는 우주의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별의 숫자만 세고 있는 실업가가 살고 있는데, 이 사람은 유태인 독일계 미국인 신프로이트학파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 1900-1980)이 자신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 1976)에서 보여준 존재적 실존양식과 소유적 실존양식 중에서 후자, 곧 천민자본주의 (賤民資本主義, Pariakapitalismus)를 추구하는 인간형을 상징한다.

 

    자본권력과 기업권력의 시스템에서 적하효과(滴下效果, trickle-down effect)라는 자유시장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된다. 적하정책(滴下政策, trickle-down)이란 '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라는 뜻으로, 정부가 투자 증대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를 먼저 늘려 주면 궁극적으로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가 총체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말한다. 이 정책은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에서 등장했으며, 41대 대통령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1989-1993) 행정부시절인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채택한 경제정책인데, 대기업과 부유층이 투자를 하지 않아 42대 대통령 클린턴(Bill Clinton, 1946-) 행정부 때 이를 폐기 처분한다.

 

    그런데 MB정부는 이 정책을 신주(神主)단지 모시듯 추진하여, 한국대기업은 그 이익을 고스란히 소유만 하고, 전혀 투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상장 계열사에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 상속을 하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상생은 사라졌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하락과 고용부진 등으로 국가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다섯 번째 별은 모든 별들 중에서 가장 작은 별인데, 가로등 하나와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있을 자리밖에 없다. 누구하나 지나가는 사람이 없고 가로등이 필요 없는데도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하루 24시간 동안 무려 1천 5백 40번이나 가로등을 끄고 켜고 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는 자기 일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임하기보다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성실하게 기계처럼 일만하는 워커홀릭(workaholic)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린왕자는 이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이는 그가 자기 자신의 일이 아니라 다른 일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람은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하여(Dangerous), 3D로 불리정도로 연봉수준이 가장 열악한 생산이나 기능직종에 종사하는 인간형을 상징한다.

 

    우린 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인간론을 통해 살펴보자.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州)의 주도(州都)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에 있는 칸트(Kant) 묘석엔 ‘실천이성비판’(實踐理性批判,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1788, 영어번역 The Critique of Practical Reason)의 유명한 구절이 기록되어있다. ““내가 여러 번 그리고 더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항상 더 새롭고 더 강렬한 경탄과 경외심으로 채워주는 두 가지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내 머리 위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내 마음 속에 있는 도덕률이다”(Das bestimte Himmel über mir und das moralische Gesetzt in mir).

 

    칸트(Kant)의 실천이성(實踐理性, 독어 praktische Vernunft, 영어 practical reason)의 본질은 자유이고, 그 형식은 도덕이다. 그 도덕률(道德律, 독어 das moralische Gesetzt, 영어 moral law)이 ‘정언명령’(定言命令, 독어 Katagorischer Imperativ, 영어 a categorical imperative)이다. 칸트(Kant)는 말한다. “인간을 단지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항상 목적(目的, 그리스어 τέλος, 라틴어 finis, 독어 Zweck, 프랑스어 fin, 영어 end)으로 대하라”(독어: also dieses niemals bloβ als Mittel, sondern zugleich selbst als Zweck zu gebrauchen/영어: never merely as a means to an end, but always at the same time as an end)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도 인간존엄성과 기본인권보호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모든 국민(國民)은 인간(人間)으로서의 존엄(尊嚴)과 가치(價値)를 가지며, 행복(幸福)을 추구(追求)할 권리(權利)를 가진다. 국가(國家)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不可侵)의 기본적 인권(人權)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義務)를 진다.“

 

    현명한 사람(Weisheit)은 목적에 정통하나, 영리한 사람, 약은 사람(Klugheit)은 수단에 정통하다고 한다.

 

    여섯 번째 별은 열 배나 더 큰 별인데, 자기 별도 여지껏 탐사해보지 못한 채 지식으로 가득 찬 늙은 지리학자가 살고 있다. 그는 탐험가의 말을 듣고 지리를 기록할 뿐이다. 이는 삶과 지식이 유리된 학자의 삶을 상징한다. 실례로 탁상공론의 성리학사상을 일삼다 일제의 노예국가로 전락한 조선지배층들의 학문자세를 들 수 있다.

 

    일곱 번째 별은 지리학자가 가보라고 권한 지구다. 지구엔 첫 번째 별부터 시작해서 여섯 번째 별까지의 다양한 인간유형들이 많이 살고 있다. 어린왕자는 한 비행기 조종사를 만나서 양 그림을 선물로 받고, 여우로부터 소통의 철학을 배우고 자기의 별 B612호로 돌아간다.

 

                                V. 어린왕자와 여우와의 관계

 

    어린왕자와 여우가 함께 나눈 담론을 살펴보자.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네 장미를 그토록 중요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이야."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던진 말 중에서 중요한 단어는 ‘길들인다’(관계맺음), ’본질적인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현상보다는 본질을 봐야한다), ‘함께한 시간’(추억과 헌신)이다.

 

    ‘길들인다’라는 의미는 어린왕자와 여우와의 나눈 대화에서 해결된다.“아니,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사람들이 너무나 잊고 있는 건데…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길들임=관계맺음’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데, 이것은 수직적 관계나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 1905-1980)의 ‘타인의 지옥’이나 마르틴 부버(Martin Buber)의 ‘나와 그것(Ich-Es)의 관계'(The I-It relationship)가 아니라 ‘나와 너(Ich-Du)의 관계'(The I-Thou relationship)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1906-1995)의 ‘타자의 윤리’(the ethics of the other)를 의미한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페르디난트 에브너(Ferdinand Ebner, 1882-1931)는 이렇게 말한다.“대개 인간은 타인에게서 자기 자아의 만리장성만을 체험한다.”인간은 타자를 수평적이며, 상호 평등한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여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자신은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Let it be)면서 만리장성 같은 높은 보호막을 쳐 진실을 감추고 타자를 주체적인 인간이 아니라 객관적인 존재로 만들어 물건 취급한다.

 

    이것은 독일 계몽철학의 서장을 연 철학자, 수학자, 자연과학자, 법학자, 신학자, 언어학자, 역사가인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의 철학유고(哲學遺稿) ‘모나드론‘ (Monadologia 1720) 또는 ’단자론’(單子論)을 연상시킨다.

 

    ‘모나드’(단자 monade)란 수학상의 용어로 ‘1’또는 ‘단위’를 뜻하는 그리스어 ‘모나스’(monas)에서 유래한다. 라이프니츠(Leibniz)에 의하면 ‘모나드’(단자 monade)는 모든 존재의 기본으로서의 비물질적 실체이므로 생산되거나 제거될 수 없다. ‘모나드’(단자 monade)는 각기 독립적이며 개별적이고 각자 고유한 형상을 갖고 있다.‘모나드’(단자 monade)에게는 입구도 창문도 없어 서로 간섭하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상호간에 인과관계를 가지지 않지만, 조화와 통일을 갖는 것은, 기차, 배, 비행기가 정해진 길을 가듯이, 훌륭한 프로그래머인 신이 미리 정한 법칙에 따라 모나드의 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을 예정조화설(豫定調和說)이라고 하며, 종교적‘합목적성’(合目的性, Zweckmässigkeit)을 대표하고, 동양의 ‘천명설‘(天命說)에 해당된다.

 

    이러한 라이프니츠(Leibniz)의 ‘무창’(無窓: 沒交涉)의 모나드론(Monadologia)은 ‘원자화’(原子化, atomization)를 의미한다. 그래서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상통(相通)하는 창을 가진 상호모나드적(intermonadisch) 교통,‘상호주관적 교통’(相互主觀的交通, intersubjektive Kommunikation) 또는 ‘간주관적 교통’(間主觀的交通)을 주장한다.

 

    그러면 미국의 흑백문제를 통해 생텍쥐페리(Saint-Exupéry)의 대화철학을 살펴보자.

 

    미국의 급진파 흑인 해방운동가 맬컴 엑스(Malcolm X, 1925-1965)의 어머니 루이즈 리틀(Louise Little)은 스코틀랜드계인 백인 아버지가 흑인 어머니를 강간해서 태어난 사생아다. 맬컴 엑스(Malcolm X)는 격분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 안에 흐르는 백인 강간자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을 증오한다."(I hated every drop of that white rapist's blood that is in me). 그리고 그는 이슬람국가운동 지도자 엘리야 무하마드(head of the Nation of Islam, Elijah Muhammad, 1897—1975)에 감화되어 본명 맬컴 리틀(Malcolm Little)을 맬컴 엑스(Malcolm X)로 바꾼다. “(흑인) 무슬림의 X는 결코 알 수 없는 진정한 아프리카 조상 가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내 경우엔 리틀이라는 성(性)을 가진 푸른 눈의 어떤 백인 악마가 자신의 성(性)을 노예인 내 선조에게 붙여준 것을 X로 바꾼 것이다”(The Muslim's 'X' symbolized the true African family name that he never could know. For me, my 'X' replaced the white slavemaster name of 'Little' which some blue-eyed devil named Little had imposed upon my paternal forebears). 이와 같이 맬컴 엑스(Malcolm X)는 백인의 강간에 의해 혈통을 알 수 없게 되었기에 성(性)을 바꾼 것이고, 그 뿌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미지(未知)의 표식인 X를 성(性)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 후에 맬컴 엑스(Malcolm X)는 백인들을 가리켜 '악마 같은 인종', '국제적인 암살범이자 강간범'이라고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해리엇 비처 스토우(Harriet Beecher Stowe 1811-1896) 여인이 쓴 ‘톰 아저씨’(Uncle Tom's Cabin 1852)는 백인에게 복종하는 비굴한 흑인의 상징이라고 혹평한다. 이것은 겉 사람은 흑인이지만 속사람은 백인의 사상으로 가득 찬 백인을 위해 충성하는 백인의 노예, 백인화 된 흑인, 전문직 흑인, 흑인부르주아(black bourgeois)를 양산하는 명목상의 인종차별폐지(tokenism)의 상징이라고 평가절하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비폭력사상을 기초하며‘흑백이 함께’를 주창하는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2세(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목사를 '흑인의 탈을 쓴 백인' , 멍청이, 얼간이라며 신랄하게 조롱한다. 맬컴 엑스(Malcolm X)에 의하면 인간으로서가 아닌 오로지 백인에 의해 철저하게 상품화 되어, 필요에 의해 사고 팔렸던 자신의 선조들이 킹(Martin Luther King Jr)목사의‘흑백통합’을 주장했다면 가혹한 처벌을 받았을 텐데, 자신이 오히려 20세기 이전의 진리였던‘흑백분리’(黑白分離, apartheitd)를 주장하자 주류백인사회가 자신을 증오와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파시스트(fascist)라고 비난한다고 본다. 이같이 흑인운동의 역사는 킹(Martin Luther King Jr)을 대표로 하는 ‘흑백통합’의 노선과, 말콤 엑스(Malcolm X)로 대표로 하는 ‘흑백분리’(黑白分離, apartheitd)의 노선이다

 

    미국 독립 선언(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1776년 7월 4일)의 2장의 ‘평등,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의 사상을 기초하여 흑인과 백인간의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럽인들의 드림의 상징, 세계최고의 강대국인 미국도 사막처럼 황량하고 몸서리칠 만큼 두려울 뿐이다. 그런데 흑백통합이 진정으로 이루어지면, 사막처럼 삭막한 할렘가라 할지라도 그 곳은 희망과 번영과 행복이 넘치는 천국으로 변할 것이다. 외로움이란 진정한 만남, 의사소통이 없는 삶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인격체인 2인칭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3인칭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관계를 가질 수 없다. 그것이 외로움이다. 흑백문제는 외로움의 상징이다.

 

    20세기의 미국에서의 흑인과 백인의 관계는 ‘나와 그것(Ich-Es)’의 사물관계의 만남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어떠한가? 그것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국의 부동산 황제이며 TV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의 제작자이자 진행자이고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의 체어맨이자 CEO직을 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1946-)는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1961-) 대통령의 출생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하며, 차기 공화당대통령후보 출마설을 흘리자, 오마바(Obama) 대통령이 올 4월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서 자신의 출생증명서를 전격공개하며 촌철살인유머로 동석한 트럼프(Trump)를 간단하게 제압한다.

 

    오바마(Obama) 대통령은 "트럼프(Trump)가 틀림없이 백악관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뒤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동석한 사람들을 폭소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사진 속에는 잔디밭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과 함께 서 있는 트럼프(Trump)의 모습이 담겨있다. 또 백악관 건물은 카지노 같이 변해있다. 이는 많은 카지노를 소유하고 여성 스캔들 구설수에 종종 오르는 트럼프(Trump)를 조롱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이슈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보여줘 미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줬다"며 "아마도 그는 앞으로 달착륙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 등에 대해서도 따지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거리를 만들어낸다는 조롱이다. 트럼프(Trump)는 차기대선출마의 꿈을 조용히 접는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정치담당 대기자이자 편집자이며 케이블방송 MSNBC의 고정정치평론가인 마크 핼퍼린(Mark E. Halper, 1965)은 올 6월 30일(현지시간) 아침 인기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에 출연, 전날 오바마대통령의 연방정부 채무상한 증액관련 기자회견을 논평하면서“어제 오바마는 X 같았다(I thought he was a kind of a dick yesterday)”고 말했고 이 발언은 여과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그의 발언 중 문제의 단어 ‘dick’은 남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원색적 비어(卑語)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방송사 측은 핼퍼린(Halper)에 대해 무기한 방송 출연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힌다.

 

    이처럼 흑인계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미국 도처에 흐르고 있는데, 흑인시민들은 어떠하겠는가? ‘나와 당신’(Ich-Du)의 인격적인 만남은 요원하다.

 

    이젠 일본에 대해서 살펴보자.

 

    니토베 이나조(にとべいなぞう, 新渡戶稻造, 1862-1933)의‘일본의 영혼, 부시도(武士道)’(BUSHIDO: The Soul of Japan)의 일본사무라이(さむらい)정신,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1, 1887-1948)의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의 일본관 등 때문에, 일본은 구미선진국으로부터 아시아의 앵글로색슨족이라고 인정받아 왔는데, 후쿠시마원전사태로 그러한 일본의 인간관이 뻥임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게다가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우에스기 타카시(上杉隆)가 올 5월 19일 시사주간지 다이아몬드 인터넷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 일본이 두 달이 넘도록 IAEA, WHO, 그린피스 등 공신력 높은 국제기관과 단체의 권고와 개입을 거부하며,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하나가 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사고에 대한 정보를 은폐한 것은 세계의 고아가 되고자 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특히 IAEA의 핵사찰을 거부해 북한, 리비아, 이란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가 일본의 적(敵)이 됐다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일본의 원전사고정보체계를 ‘철의 장막’이라고 표현한 뒤 그 실태가 냉전시대 옛 소련보다 더 심하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후쿠시마원전사태 후 올 5월 17일 한국을 방문한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 내각관방참여(일본총리실 홍보 자문) 오사카대 교수가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바다 방출은 미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히자 일본에선 ‘내부 정보를 한국에 알렸다’며 비난이 폭주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사실 은폐와 축소, 미국의 밀의(密議, a secret conference) 하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이웃 아시아국가와 협의나 조율도 거치지 않고,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를 공동해역에 방출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 일본지배층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인들조차 반성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는‘메이와쿠 가케루나’(迷惑を 掛けるな)사상은 구미선진국과의 관계에선 적용이 될지언정, 아시아나 아프리카 에겐 적용되지 않는 철저한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파렴치한 민족이다.

 

    그동안 구미선진국이 만들어준 일본의 아시아앵글로색스족의 꼬리표는 허구적인 것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것을 지적인 용어로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가공된 시뮬라크르(Simulacre), '극실재'(hyper-reality)라고 한다. 이런 일본열도와 한반도가 인격적인 교류를 할 수 있겠는가? 오직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고대시대처럼 한반도가 열도보다 잘 살면 된다. 일본인들은 원래 강자, 곧 구미선진국 앞에선 발발 기는 노예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떽쥐베리(Saint-Exupéry)가 여우의 입을 빌려 말한 “본질적인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사상은‘부국강병’(富國强兵, national prosperity and military power)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말짱 황이라고 인류역사는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쩐이나 권력이 없으면 타인으로부터 인격적인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 이 지구의 삶은 사막처럼 황량(荒涼, desolateness)하고 가공(可恐, terrible)할 뿐이다.

 

    그래도 생떽쥐베리(Saint-Exupéry)는‘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 1939; Wind, Sand and Stars)에서 한 가닥의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인간의 대지는 따뜻해야 한다. 인간의 인간다운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어야 한다. 고요하고 적막한 사막에 추락한 비행사들의 고독한 순간들도 거기에 함께 시련을 이겨 내려고 하는 동료의 우정 어린 대화가 있는 한 적막과 죽음의 사막도 인간의 대지가 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있는 거리일지라도 거기에 따뜻한 인간의 숨결, 대화가 없다면 내가 거주하는 합당한 인간의 대지가 되지 못할 것이다.”

 

                                   VI. 나가는 말

 

    어린왕자는 작은 별 B612의 애인인 장미꽃이 우주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가치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구에 도착한 후 장미가 너무나 많아 큰 충격을 받고 슬퍼한다. 사상의 패러다임전환(paradigm shift)이 일어난다. 애인인 장미꽃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은 희소성 때문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고 시간을보내며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이 진리를 깨닫고 자기 별로 떠나기를 결심한다. 우리에게도 우리와 함께 관계를 갖고 시간 보낸,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장미꽃이 존재함을 깨달아야 한다. 가정, 학교, 신앙공동체, 국가 등이다. 어린왕자의 작은 별 B612로 귀환은 또한 그리스도교의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교훈을 시사한다.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한 말을 생각하며 마친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 때문이란다." "하지만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지. 너는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