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 비놋 펄의 담론을 통해서 본 일본의 실증사관과 대한민국의 뉴라이트역사관에 대한 단상(斷想)!
쓰다 소키치(진전좌우길津田 左右吉, 1873-1961), 이나바 이와키치(도엽암길稲葉 岩吉, 1876-1940) 등의 일제 학자들은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의 실증사관을 빌미로 다음과 같이 한국역사를 정의한다.
“한강이북에는 중국 식민지인 한사군이 있었고. 한반도 남부에는 일본의 식민지인 임나일본부가 존재했다.”
한반도는 상고시대엔 중국의 식민지, 고대엔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조선약탈병탄작업은 합법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사실 랑케의 실증사관이란 것은 강대국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료나 문서 또는 책 등을 편집하거나 짜깁기해서 내놓은 역사를 참조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말만 실증사관이지, 강대국의 땅먹기의 사회진화론의 논리에 수긍하라는 것이다.
일본은 19세기 중엽부터 실증사관이란 모든 문서나 자료 또는 논문 등의 글을 통해서 자국의 이익에 관한 것은 활용하고 자국에 불리한 내용은 모두 거부하는 역사관임을 깨달은 반면, 대한민국은 구미선진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자신들의 국익에 맞게 쌩구라로 늘어놓은 글을 대한민국의 국익과는 상관없이 곧이곧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건국이념인 ‘홍익인간’사상과 조선왕조 성리학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선한 양심에서 발로한 것으로 타국의 역사를 소설화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미선진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자신들의 국익에 맞게 새빨간 거짓말로 자국의 역사를 기록하기 때문에 우리도 상대국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우리의 이익에 맞게 역사기술을 하면 된다.
일본은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좌뇌형답게 1946년 일본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참여한 11명 재판관 중 한명인 인도출신의 법학자 라다 비놋 펄(Radha Binod Pal, 1886-1967) 판사가 유일하게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포함한 일본인 피고 전원의 무죄를 주장한 판결의 언어를 통해 자국의 전쟁사를 뒤집기 하고 있다. R. 펄은 사실‘도쿄재판은 전승국이 패전국에 하는 복수극’이라는 논리로 일제의 무죄를 주장한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서 미국이 원폭세례를 퍼 부은 것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인데, 일본은 그런 국제적인 상식을 깨고‘핵무기 대 인간’이라는 평화의 구도로 몰아가며 일본의 ‘죄악의 씻음’을 자연스럽게 행한다.
일본군국주의의 망령의 화신이며 총본산인 야스쿠니 신사(정국신사靖國神社)에 일종의 전쟁 및 군사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유슈칸(유취관遊就館)이 있고, 유슈칸을 마주보고 바로 왼쪽에는 R. 펄의 현창비(顯彰碑)가 세워져 있다. 교토 료젠 호국 신사(京都霊山護国神社)에도 다른 곳에는 없는 R. 펄 판사의 기림비가 있다. 하코네(상근箱根)에 위치한 ‘펄 시모나카(下中)기념관’에는 펄 애용의 의자와 책상, 그리고 법복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 바로 옆에 인도대사관이 있을 정도다.
R. 펄의 ‘일본무죄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기림비에는 “펄 박사의 판결은 현재 세계 국제 법학계의 여론”이라는 주장도 새겨져 있다.
2007년 아베신조총리는 인도방문 중 R. 펄의 유족을 방문할 정도로 일본의 잔혹한 전쟁사를 미화하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R. 펄은 1950년 11월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위령비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테니 까라니! 잘못은 누구의 행위를 말하는 것인가? 이 글귀를 보는 한 분명히 일본인이 일본인에게 사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일본인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인지 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기리는 것은 원폭희생자의 영혼인데, 일본인이 원폭을 투하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투하한 쪽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두 번 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납득이 간다. 이 잘못이 만일 태평양 전쟁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일본의 책임이 아니다. 전쟁의 씨앗은 서양제국이 동양침략을 위해 뿌린 것이기 때문이다.”
R. 펄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서양의 침략으로부터 동양을 지키기 위한 자위전쟁이었고 본다.
R. 펄이 19세기, 20세기의 전쟁은 서구열강에서 비롯되었다고 정의한 것은 옳다고 본다. 당시 서구열강은 땅따먹기에 앞장 선 조폭국가이며 깡패국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R. 펄은 일제도 뒤 늦게 과학발전에 기초한 군대의 무력으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약탈 식민지화하는 것이 선진근대문명국가임을 깨닫고 서구열강보다 더 잔인하며 혹독한 조폭국가이며 깡패국가였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R. 펄은 자신의 조국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화에 대한 수치와 증오감에서 일본을 인도로, 미국을 영국으로 생각하는 인식오류를 범한 동시에 백인종에 대한 황색인종의 열등감을 떨쳐버리겠다는 개인적인 사고에서 일제의 무죄를 항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일제는 서구열강에게 당한 모진 서러움을 한반도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와 성리학사상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기초하여 ‘인간존엄중심의 문화’를 견지한 ‘문화의 대국’대한제국을 희생양 삼아 강펀치로 날려 보낸 것이다.
이처럼 조폭국가, 깡패국가인 일본은 자신들을 조폭국가, 깡패국가의 원조인 서구열강의 희생국가이요 평화국가이라고 주장하는 아주 허구적인 R. 펄의 언설을 성서의 진리인 것처럼 여기며 그것을 기초하여 지난 죄악의 전쟁사를 미화시키고 있다.
지난 일제의 강점기는 ‘근대화의 시혜’라고 씨부렁거리는 대한민국의 뉴라이트역사관이 바로 R. 펄의 쌩구라에 불과한 판결을 일본이 실증사관이라는 빌미로 지난 역사를 뻥까는 것에 동조하는 역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구약성서 잠언은 야훼께서 미워하시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16.야훼께서 미워하시는 것 여섯 가지, 아니, 역겨워하시는 것 일곱 가지가 있으니, 17.거만한 눈, 거짓말하는 혀, 무고한 피를 흘리는 손, 18.흉계를 꾸미는 마음, 나쁜 일에 재빠른 발, 19.거짓 증언하는 자, 형제들 사이에 이간을 붙이는 자들이다. 20.아들아, 아비의 훈계를 지키고 어미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마라.”(공동번역. 잠언 6: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