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네덜란드인”(추천)
오태진 논설위원실 수석논설위원의 담론은 네 가지 면에서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 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네덜란드를 비롯한 구미선진국과 일본의 대부분의 인간유형은 공사구분을 명확히 하는 개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좌뇌형집단이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운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 없는데 반해, 한국인 감성과 직관력은 전 세계에서 제일이라 할 만큼, 철저한 우뇌형체질이라 눈물과 한숨은 한국인의 DNA로 내재하고 있다.
대한민국방송국에서 흘러나오는 옛 가요나 드라마를 보라. 모두 장송곡이나 청승맞은 드라마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에, 무덤문화는 대한민국의 트레이드마크다.
2. 네덜란드는 일찍이 일본을 지도하여 근대국가로 거듭나게 할뿐만 아니라 식민지를 경영할 만큼 21세기 미국처럼 세계 강대국지위를 누렸기 때문에, 약소국가에 대한 한이 없는데 반해, 한반도는 세계강대국은커녕 현재 G7에도 속하지 못하는 국가이며, 지난 역사는 국민경제와 국익을 위해 타국을 침략하여 영토를 확장하며 자원을 약탈하기 보다는 오히려 수탈을 당한 비극의 역사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 한을 풀길이 없어, 결국 공사구분없이 격한 슬픈 감정을 드러내거나 잘 울고 그렇지 않으면 욕설을 퍼 대며, 끝내는 알코올로 또는 노래방에 가 청승맞은 노래만 골라 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런 것이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DNA로 내장되어있다.
다행스럽게도 국가가 선진경제강대국으로 진입해, 그 한이 ‘한류’로 승화해 국격을 높이고 경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3. 네덜란드를 비롯한 구미선진국은 좌뇌형답게 헌법이나 법준수가 체질화되어 있는데 반해, 한국인은 그런 규정을 우습게 아는 우뇌형체질에다 이승만을 비롯한 군사정권시대(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장으로 헌법과 법 준수는 물 건너 갔다.
현재 박통도 댓글로 비합법적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있는 인물이고, 인사청문회 등에서 보듯 대한민국지배층과 상류층은 헌법이나 법 위에 군림하고 있어서, 헌법이나 법 준수 감정은 국민들에게 매우 낯선 것이다.
구미선진국과 같은 헌법과 법 준수하려면 오백년 걸릴 것이다.
4. 네덜란드를 비롯한 구미선진국이 공동체나 국가보단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한다면, 한반도국가와 교육이념인‘홍익인간’을 비롯한 조선왕조의 정치이데올로기인 성리학사상은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국가나 공동체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아는, 감정소통의 대가들이다.
그래서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사고의 언어보다 감성적인 연민의 언어로 말하기를 선호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며 네덜란드인은 상류층인생으로, 한국인은 하류층인생으로 비하하는 듯 한 인상을 주고 있는 오태진의 식민지사관인간유형을 일별해보자.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격추되고 이틀 뒤 기자들 앞에 선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TV로 보며 의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반군이 희생자 시신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 "아주 무례한 행동"이며 "역겹다"고 했다. 국민 193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충격과 분노의 표현치고는 점잖았다. 희생자에 대한 애도도 없었다. 총리가 여객기 피격 소식을 듣고 독일 휴가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한 말도 뜻밖이었다. "아름다운 여름날이 최악의 날로 바뀌었다."
▶뉴욕타임스가 참극 후 나흘 네덜란드 분위기를 전했다. "아무도 검은 옷을 입지 않는다. TV에서도. 조기(弔旗)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총리는 유가족을 만나지 않고 있다. 국왕의 애도 연설도 없다. 로테르담 야외 음악축제 '크레이지 섹시 쿨'에 1만여명이 모였다. 여러 도시 주말 축제도 예정대로 열렸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네덜란드인은 남 앞에서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재앙에 슬퍼하지 않는 것을 명예로 여긴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나치 독일에 점령당해 모진 고난을 겪었다. 1966년 베아트릭스 여왕이 독일인 남편을 맞았다. 게다가 그는 히틀러 청년단이었다. 반대 시위는 약혼식 날 1000명쯤이 구호를 외치는 데 그쳤다. 네덜란드는 다양한 문화가 소통하는 길목이어서 '다름'에 관대하다. 힘 합쳐 자연을 극복하며 서로 존중하고 절제하는 문화를 이뤘다. 서양사학자 주경철은 네덜란드인이 "합리적이고 자유롭고 너그럽다"고 했다.
▶네덜란드인도 축구장에선 몸가짐이 흐트러진다. 훌리건이 거칠기로 영국과 겨룬다. 그러니 히딩크가 한국에 와 감탄할밖에. "한국 관중은 쓰레기까지 줍고 간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네덜란드 소설가 그룬버그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차분함(sobriety)은 네덜란드인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기 참사가 스포츠처럼 정체성을 흔들고 집단주의를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희생자 시신 마흔 구가 그제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정부는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고 국왕과 총리가 공군기지에 나가 맞이했다. 온 나라 교회가 조종(弔鐘)을 울렸고 국민은 1분 묵념했다. 뒤늦었어도 당연한 국가적 애도이지만 그룬버그는 기고를 이렇게 맺었다. "나는 오늘 당신들과 함께 슬퍼하지 않겠다. 내가 애도하는 날 당신이 나와 함께 슬퍼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겠다." 이런 글을 당당히 실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세계 어디서 이토록 완전한 자유를 누리겠는가." 데카르트가 17세기 암스테르담에 머물며 한 말이다.